본문 바로가기

경제학

가격의 기능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은 제각기 값을 가지고 있다. 상품 1 단위의 값을 가격이라고 한다.

그 상품 1 단위와 교환되는 화폐 액을 어떤 상품의 (절대) 가격이라 말한다.

상품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을 시장 가격(market price)이라고도 부른다. 시장이란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다. 여기에서 곳'은 구체적인 장소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국제금융시장, 사이버마켓(cyber market) 등과 같이 전신. 전화·인터넷(internet) 등에 의하여 지리적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연결되어 거래하는 것까지 포괄한다. 경제학에서 시장이란 상품의 매매가 이루어지는 제도 (institution) 혹은 기구(mechanism)를 의미한다. 개별 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이 장의 주된 목적이다. 수요·공급의 이론을 쉽게 풀어 말하면 소비자들이 상품을 사는 데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 및 구입하고자 하는 수량과 생산자들이 받고자 하는 가격 및 팔고자 하는 수량이 각각 일치하는 수준에서 그 상품의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수요·공급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격의 기능을 알아야 한다.

가격의 기능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가격은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의 지표(indicator)가 된다. 구두 한 켤레의 가격이 10,000원이라면 생산자들로서는 이 10,000원의 가격으로 구두를 몇 켤레 만들어 팔 것인가를 결정하고 소비자들은 몇 켜레의 구두를 살 것인가를 결정한다. 가격은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기초정보이다. 10,000원의 가격이 적절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생산자는 구두 생산을 계속할 것이다. 어떤 구두 생산자가 구두의 가격이 10,000원으로 지속되면 구두 생산보다 운동화 생산이 수익성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는 조만간 구두 생산 대신에 운동화 생산에 뛰어들 것이다. 소비자 측에게서도 이 가격 수준이 적당하며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운동화를 살 것이고 이 가격 수준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사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시장 가격은 생산과 소비활동을 하는 데 유용한 신호(signal) 노릇을 하거나 유인(incentive)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경제활 동의 지표가 된다.

 둘째, 가격은 자율적인 배분(allocation)의 기능을 한다. 한 사회에 바나나는 100개밖에 생산되지 않았는데 구성원은 1,000명이라고 하자. 그러면 부족한 바나나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배분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바나나를 꼭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주 비싼 가격을 치르고서라도 바나나를 사고자 한다. 따라서 바나나 가격이 오르게 된다. 사람들이 사고자 하는 바나나 수량이 100개를 초과하는 한 소비자들끼리 서로 경쟁적으로 '웃돈'을 주겠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바나나 가격은 계속 올라갈 것이다. 그리하여 예컨대 바나나 가격 10,000원에서 바나나를 사고자 하는 수량이 꼭 100개가 된다고 하면 바나나 가격은 10,000원이 되고 바나나를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 가격으로 바나나를 산다. , 바나나 가격이 그처럼 터무니없이 높은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바나나 소비를 단념함으로써, 그만큼 높은 가격을 치르더라도 바나나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만 바나나가 부족함이 없이 배분되는 것이다. 이처럼 가격은 인위적인 간섭이 없이도 상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배분해 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경제주체들이 가격을 생산 및 소비활동의 지표로 삼아 자기 책임하에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수행하면 가격의 자율적인 배분 기능에 의하여 각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팔고자 하는 수량(=공급량)과 사고자 하는 수량(=수요량)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상품의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도록 인도하는 가격의 기능을 가격의 자율적인 조정기능이라 한다. 가격의 자율적인 조정기능은 경제활동의 지표와 자율적인 배분이라는 가격의 두 가지 기능을 종합하여 일컫는 개념이다. 인위적인 간섭이 없이 가격의 자율적인 조정기능이 작용할 수 있게 구성된 시장조직을 자유시장 기구(free market mechanism) 또는 가격기구(price mechanism)라 한다.

 시장경제에서는 가격기구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누구를 위하여 생산할 것인가 하는 경제문제를 풀어낸다. 이를 제5장에서 다룬다. 가격기구가 작동하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수요·공급의 이론이다. 이하에서 수요·공급의 이론의 기본 요소인 수요와 공급부터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읽을거리]

시장이라는 것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 제도는 시장이다. 거의 모든 시장은 정치인이나 경제학자가 만들지 않았다. 옛날부터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 필요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보다 많은 것을 실속 있게 사서 소비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과 자신이 가진 것을 후한 값으로 팔고 싶은 사람들의 자존심이 만나 자발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 시장이다.

사회주의 경제와 달리 자본주의 경제에서 시장의 대전제는 자발성이다. 아무도 억지로 상품을 사거나 팔도록 강요당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의 자유가 전제되어 있기에 자유 시장 경제라 불리는 것이다. (자유) 시장경제에서는 거의 모든 것들이 자발적으로 거래된다. 특정 상품을 시장에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할 때 예기치 않은 많은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의 금주 법(1919~1933)이다. 미국은 알코올 중독, 약물 남용, 도박 중독 등의 사회적 폐해를 막기 위해 1919년에 금주 법을 시행하였다. 금주법이 시행되자 주류사업은 은밀하게 영업하고 술값은 세 배로 치솟았다. 일시적으로 술 소비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술의 제조, 판매, 유통, 수출입을 금지하는 연방법을 제대로 집행할 수가 없었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도 없는 인체에 해로운 술들이 유통되는 걸 막을 방법도 없어졌다. 주류업이 큰돈이 되는 사업이 되자 마피아가 밀매를 독점하면서 공무원들과 부패의 고리를 만들었다. 나중에 알코올 소비량은 금주 법 시행 이전보다 2.5배 증가했다. 결국 금주 법은 1933년에 폐지되고 미국 근대사에서 가장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기록된다. 이처럼 특정 시장을 법령이나 명령으로 없애지는 않더라도 시장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거나 생산, 교환, 분배에 개입하는 경우에도 예기치 않은 문제점들이 생긴다. 꼭 개입하고 규제해야 한다면 규제의 편익이 비용보다 큰지 확인하고 규제의 부작용을 가급적 줄이는 보완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마약 같은 사회적으로 많은 해를 끼치는 나쁜 재(bads)를 일반인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한다면 이 법을 제대로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물론 시장은 만능이 아니다.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제17장에서 다룬다. 경제학자 하이에크(Friedrich Hayek 그나마 시장이 악한 자들이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고 말했다. 경제학자 존 맥밀런은 시장의 해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1. 정보의 원활한 흐름 2. 사유재산권 보호 3. 신뢰 구축 시스템 마련 4. 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 구축 5. 건전한 경제시스템 도입 등이 그것이다.

출처 : 존 맥밀런 지음, 시장의 탄생, 민음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