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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행동의 경제학 특이 현상, 의의, 시사점

사회적 선호

사람은 주류 경제학이 단순화한 것처럼 이기적 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이타적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이는 사람들이 항상 이기적 서호를 가지고 것이 아니라 이타적 선호, 사회적 선호를 가지기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자기 자시뿐 아니라 타인의 이익도 고려하는 선호를 사회적 선호라 한다. 주류 경제학이 가정하는 경제인은 사회적 선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최종 제안 게 임(혹은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사회적 선호를 가지고 있음을 보였다.

이 게임에는 두 명의 참가자, 제안자와 응답자가 있다. 제안자는 초기 금액, 예를 들면 1,000원 중 임의의 금액을 응답자에게 나누어준다는 제안을 한다. 그다음에 응 답 자는 그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수락하면 제안대로 분배되고 게임은 끝난다. 응답자가 제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에게 돌아가는 돈이 전혀 없다.

양쪽 모두 경제인이라면 응답자는 1원의 제안이라도 0원보다는 낫기 때문에 수 착해야 한다. 제안자는 이 사실을 알고 1원의 제안을 한다. 따라서 주류 경제학은 제안자가 999, 응답자가 1원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런데 많은 실험 결과 나타나 는 공통된 결과는 제안자의 평균 제안 액이 초기 금액의 45% 전후, 최대치는 50%이다. 또한 30% 이하의 제안 중 절반 정도는 응답자에 의해 거부되었다. 초기 금액이 3개월 분 월급으로 실험이 실시되어도 결과에 큰 차이가 없었다.

 

최종 제안 게임 실험에서 제안자와 응답자의 이타적 행동은 어떤 동기에 따르는 것일까? 제안자의 행동 동기 중 하나는 공정성에 대한 선호라 할 수 있다. 대략 반반이라는 제안이 공정성과 합치되기 때문에 공정성을 추구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응답자 도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낮은 금액의 제안을 거부하고 대략 반반의 분배를 공정하다고 생각하여 수락한다. 제안자가 대부분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제안자와 응답자가 모두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해석된다.

세일러가 심리학자들과 함께 고안한 '독재자 게임'도 사람들이 사회적 선호를 가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재자 게임은 두 사람을 짝을 짓고 돈을 준 뒤 한 사람은 분 배자로, 다른 한 사람은 수령자로 나눈 게임이다. 수령자는 돈을 나눈 결과에 대해 어 떤 저항도 할 수 없고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분배자는 독재자다.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고 다음에 다시 만날 일도 없다. 주류 경제학의 가정에 따라 이기 적으로 행동한다면 분배자는 모든 돈을 독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을 한 결과 분배자들은 전체 돈의 25%가량을 수령자에게 주었다. 분배자가 독식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분배자가 일부 떼어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행동경제학의 의의와 정책적 시사점

행동경제학은 경제적 합리성 외에도 심리적, 사회적 요소가 경제주체의 의사 결 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대안 경제학이다. 주류 경제학은 경제적 합리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행동경제학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계산기 계로서의 경제인을 상정하여 이론의 엄밀성에 몰두해 온 주류 경제학이 현실 인간과 세계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다. 보통사람들은 여러 형태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때로 이타적인 행 동을 할 때도 있다. 이를 인정할 때 이상현상이라고 불리는 여러 사회현상들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다.

기존 경제학에 따르면 시장의 실패가 있을 때에만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야 한 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않아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선택을 유도하는 아이디어들을 정책으로 활용해야 한다. 비합리성이 경쟁 과정에서 학습되고 교정될 수 있는 게 아니고, 배워서 이겨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면 비합리성을 역이용하여 좀 더 나은 선택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 가 세일러와 선 스타인이 제안하는 넛지(nudge)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의 넛지는 정부가 강제적인 지시와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듯 부드럽게 개입하거나 유인을 제공하는 쪽이 경제주체의 행동 변화에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고등학교의 뷔페식 식당에서 단지 음식들의 배열을 바꿈으로써 건강식을 선택하는 비중을 높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넛지의 모범 사례다. 메뉴에서 어떤 음식을 제외한 것도 아니고 건강하지 않은 음식의 가격을 높인 것도 아니고 단지 배열만을 바꿨다. 학생들이 합리적인 개인들이라면 선택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배열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비합리적이기에 배열을 바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남자 화장실 변기 안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거나 변기 위에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는 글을 써 놓는 것도 넛지의 좋은 예이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오직 이성과 합리적 계산만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경제인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감정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그러나 감정이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최근 심리학이나 뇌신경과학의 발전에 의 해 밝혀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선택 문제에 직면하면 가장 먼저 선택 대상이 좋은지’ '나쁜지' 또는 '유쾌한지' '불쾌한지'의 감정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선택 대안을 압축한 다음 그중에서 최종 선택을 한다. 이 경우에 감정이 어림짐작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감정이나 이성을 통한 판단은 사람의 뇌의 다양한 활동으로 행해진다. 이를 중시하여 2000년대부터 신경경제학이 등장하였다. 신경 경제학이란 뇌의 활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행동의 결과만으로는 알 수 없는 뇌 활동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의사결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새로운 경제 학 분야다. 신경경제학에서는 행동경제학이 상정하는 인간 행동의 특성과 특이현상 이 뇌의 활동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뇌 화상을 분석하여 이를 증명하고자 한다. 손실회피와 보유효과, 자기 통제력 부족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면서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의 문제점과 한계를 설득력 있게 지적하고 있다. 그러 나 아직 기존 경제학을 대체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대한 한 계이다. 행동경제학이 인간의 합리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경제주체들이 항상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자기만족이 전혀 동반되지 않는 완전 히 자기희생적인 이타적 행동을 관찰하기는 매우 어렵다. 으레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결과로써 이타적인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이타적인 행동이 라 할 수도 없다.

다가오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에 인간이 인공지능을 똑똑한 도우미로 쓴다면 보통사람이 얼마든지 주류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경제인'으로 행동할 수 있다. 원한다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완벽하게 합리성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 가 오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공지능이 따를 수 없는 감성과 공정성에 입각 한 사람의 행동이 물질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보다 한 차원 높은 행복감을 안겨 줄 수 도 있다. 주류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은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경제학의 외연을 넓혀 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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