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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인간의 특성, 특이사항

어림짐작과 편향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카네만(Daniel Kahneman)과 그의 연 구 동료 트버스키 (Amos Tversky)는 심리학자로서 행동경제학을 개화시킨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행동할 때 합리적이라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특성을 나타내고 이것 이 개인은 물론 시장과 사회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였다.

우선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이 다른 활동뿐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데에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이나 어림짐작(heuristic)으 로 한다는 것이다. 4 어림짐작은 많은 경우에 간명하고 단순한 방식으로서 적절한 결 과를 낳는다. 상식은 좋은 어림짐작의 예이다. 그러나 어림짐작이 항상 적절한 결과를 낳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엉뚱하거나 매우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확률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확률이론대로 하지 않고 직감에 의존하거나 대충대충 결정함으로써 심각한 오류를 낳기도 한다.

카네만과 트버스키에 따르면 어림짐작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이용 가능성 어림짐작과 대표성 어림짐작, 기준점 설정과 조정 어림짐작이다. 이용 가능성 (availability) 어림짐작이란 어떤 일이 출현하는 확률을 판단할 때 그 일이 발생했다고 쉽게 알 수 있는 사례(최근의 사례, 두드러진 예 등)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살과 타살 중에 어느 쪽이 많을 것 같으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타살이라고 대답한다. 타살사건 기사는 매스컴을 통해 거의 매일 접하기 때문에 곧바로 머리에 떠오르지만 자살의 예는 짐작하기가 쉽지 않고 매스컴에 보도되는 기사도 타살에 비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자살이 많은데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대표성(representativeness) 어림짐작이란 어떤 집합에 속하는 사상(event)이 그 집합의 특성을 대표한다고 간주해 확률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2장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실험 횟수가 커질수록 평균치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는 것을 대수의 법칙이라 한 다. 실험 횟수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평균치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하는 것 이 대표성 어림짐작의 예이다. 예컨대 동전을 20번 던지는 동안 5번 연속 앞면이 나 오면 다음은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도박사의 오류라고 부르는데 일반인도 이런 어림짐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준점 설정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어림짐작은 불확실한 사상에 대해 예측할 때 어떤 기준점(anchor)을 설정하고, 그다음 단계로 조정을 통해 최종적인 예측치를 확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정 단계에서 최종적인 예측치가 기준점에 휘말려 충분한 조정을 할 수 없게 되는 편향이 생긴다. 이를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라 부른다.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과 달리 심리학의 여러 실험방법을 도입하여 실증적인 관찰을 중시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8 ×7 × 6 × 5 ×4 × 3 × 2 ×1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즉시 대답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답변의 평균치는 2,250이었다. 또 다른 실험 참가자에게는 거꾸로 “1 × 2 × 3 ×4 × 5 × 6 ×7 × 8은 얼마냐고 물었다. 답변의 평균치는 512였다. 정답은 40,320이다. 암산할 때 처음 몇 개 항목만 계산해서 기준점으로 정하고 나머지 부분을 적당히 어림짐작으로 조정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조정 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부정확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때 예측치는 큰 숫자부터 시 작할 경우에는 많아지고, 작은 숫자부터 시작할 경우에는 적어진다. 기준점이 맨 처 음 숫자 몇 개를 곱한 형태로 저절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물건을 살 때 상품가치를 기초로 한 적정한 가격을 알기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에 정가 표시를 보고 타당한 가격을 판단한다. 상점에서 희망 소매가격 30,000, 판 매가 격 25,000원이라는 표시를 보았다고 하자. 그러면 희망 소매가격이 기준점이기 때문에 판매 가격이 싸게 느껴진다.

 

손실회피

많은 사람들이 손실회피 성향을 갖고 있다. 손실회피(loss aversion)란 똑같은 금액이라도 손실을 이득보다 크게 평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동일한 크기의 위험에 대하여 위험을 없애는 방향으로의 변화(이득) 보다 위험을 떠안는 방향으로의 변 화(소실)를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같은 금액의 이익과 손실이 있다면 손실액으로 이하 '불만족'이 이익금이 가져다주는 '만족'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손실회피 성향으로부터 아래에서 설명하는 현상유지 편향과 보유효과가 일어난다.

 

여러 가지 특이현상

위에서 다룬 인간 행동의 비합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특이현상(anomaly)이 나타난다.

 

현상유지 편향

현재의 상황을 가급적 유지하려는 성향을 현상유지 편향 (status quo bias)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서 가급적 벗어나거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관성이 작용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에 의하면 관성은 물리적인 세계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의 현상이기도 하다.

현재 상황이 특별히 나쁘지 않는 한 변화를 시도하면 좋아질 가능성과 나빠질 가능성 두 가지가 있다. 이때 손실회피 성향이 발동하면 현상유지에 대한 지향이 강해진다.

손실회피와 그에 따른 현상유지 편향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옮길 기회가 왔을 때 옮기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일자리를 옮길 때 얻게 되는 기대 이득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옮기는 게 정말 유리할 때에도 옮기 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효율성을 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