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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시장경제와 소비자 주권

앵무새도 수요·공급의 두 말을 배우면 경제학 박사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 정도로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개념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검하는 여러 가지 경제 현상들을 수요와 공급의 개념으로 설명해 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경제학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수요·공급의 이론을 이용하여 설명할 수 있는 경제 현상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이 절에서는 몇 가지 비근한 예를 들어가면서 시장기구가 수요 공급을 통하여 기본적인 경제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알아본다.

시장경제와 소비자 주권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전시(戰時)를 빼고는 소비자들이 생활필수품이 부족하여 슈퍼마켓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배급을 받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이 부족하여 가게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원하는 수량보다 적게 배급받는 일이 흔하다. 어떤 줄이든 지 일단 서 보는 것이 상책이라는 농담까지 있다.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의 이러한 차이는 자본주의 사회 가 시장경제 하에서 소비자 선호가 존중되는 데 반하여 사회주의 사회는 계획경제 아래에서 소비자 선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데에 서 나온다.

소비자 선호 증가의 효과

희소한 자원의 배분에 소비자의 선호가 존중되고 반영되는 현상을 소비자 주권 (consumer's sovereignty)이라고 부른다.

자유 시장기구가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소비자 주권의 사회라고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제3장에서 이미 간접적으로 설명하였다. 소비자의 선호가 유리하게 변하면 그 상품에 대한 시장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그 상품의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오른다. 그림 5-11에서 소비 선호가 유리하게 변하면 수요곡선이 D0에 서 D1으로 이동한다. 사람들이 종전보다 더 즐겨 찼으므로 종전 가격 P0에서는 초과수 요량, 즉 물자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소비하고자 하는 소 비자들의 경쟁으로 가격이 오른다.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기업은 종전보다 더 많이 그 상품을 생산하게 된다. 그리하여 소비자들이 종전보다 더 찾는 상품들은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종전보다 덜 찾는 상품들은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내린다.

닭고기나 돼지고기 등의 육류가 성인병을 일으키는 고혈압 식품이고 야채와 해산물이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지게 된다고 하자. 그러면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 닭고기·돼지고기의 수요가 감소하여 이들 육류의 가격이 내려가는 반면에 야채와 해산물의 수요가 증가하여 이들 식품의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도 증가한다. 야채도 무공해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 일반 야채보다 무공해야 채의 가격이 높아지고 거래량이 늘어난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상품의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 상품 생산에 종전보다 많은 자원이 배분된다는 것을 뜻한다. 생산자들은 수요가 늘어나는 상품의 가격이 오름으로써 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수요가 줄어드는 상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더 수지가 맞는다는 신호를 받게 된다. 시장경제에서는 이처럼 소비자의 선호가 생산에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농산물 가격 파동

농산물가격의 변동

우리나라 농산물과 축산물의 가격은 심한 기복을 보여 왔다. 특히 채소·고추·마늘··돼지 등은 가격 및 거래량에 있어서 주기적인 파동을 겪다시피 했다. 최근 수년간 배추 값의 시세는 한 해에 좋으면 다음 해에 나빠지고 그다음 해에는 다시 좋아지는 등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였다. 이를 수요·공급의 이론으로 설명하여 보자. 대부분의 농산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가격) 비탄력적이다. 먼저 수요가 비탄력적인 것은 식량·채소·양념 등의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소비를 당장 종전보다 많이 줄일 수도 없고 싸졌다고 해서 더 소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쌀값이 비싸졌다고 해서 쌀밥만 찾는 사람이 하루에 한 끼만 먹을 수는 없다. 반면에 쌀값이 싸졌다고 해서 하루에 네 끼 이상 쌀밥을 먹지는 않는다. 다른 농산물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설명이 통용된다. , 대부분의 농산물은 생활필수품인 데다가 기본적으로 위장의 크기에 의해 제약을 받기 때문에 수요가 비탄력적이다.

농산물의 공급이 비탄력적인 것은 공산품보다 대개 생산기간이 길고 보관이 어려우며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기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림 5-2는 이처럼 비탄력적인 농산물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표시하고 있다.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그림으로써 비탄력적인 수요와 공급을 포착하였다.

우선 어느 해 김장철의 배추 값이 그림 5-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요·공급이 일치하는 E0에 대응하여 P0로 결정되었다고 하자. 만약 이 가격 수준이 다른 농산물에 비하여 좋은 시세라면 농민들은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다음 해에 배추를 더 많이 재배한다. , 배추 시세가 좋으면 기왕에 배추를 재배하던 농민들은 배추 재배 면적을 늘리고, 또 이제까지 배추를 재배하지 않던 농민들도 배추 재배에 뛰어든다. 따라서 다음 해 김장철에는 배추의 공급량이 상정할 수 있는 모든 가격 수준에서 종전보다 늘어나 공급곡선이 S0에서 오른쪽으로, 예컨대 S1 으로 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 수요가 변함이 없다면 수요곡선과 새로운 공급곡선 S1E1에서 교차하여 배추 값은 전년도보다 대폭 낮은 수준인 P1 으로 결정된다. 이처럼 배추 시세가 나빠지면 이번에는 농민들이 배추를 재배할 유인이 없어져 다음 해 배추의 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예컨대 S로 이동하고, 이에 따라 E2에서 수요곡선과 교차하여 배추 시세는 P2로 급등한다. 수요가 비탄력적인 농산물이 풍작을 이루면 자유 시장 기구에 그대로 맡길 경우 농가소득이 오히려 감소한다. 4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수요가 비탄력적인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그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지출액 = 생산자의 판매 수입액이 감소한다. 배추가 풍작을 이루면 가격이 하락한다. 이때 배추에 대한 수요는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생산자의 배추 판매 수입이 감소한다. 그림에서 배추 농사를 통한 농가소득 이 평년에 O P0 E0 Q0로 표시된다면 대풍을 이룬 해의 농가소득은 O P1 E1 Q1 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에 걸쳐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으로 닭을 대량 살 처분 했다. 이에 따라 계란 가격이 폭등했다. 그림 5-2의 틀로 이런 현상을 쉽게 분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