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설명한 경제이론을 구성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 자칫 빠지기 쉬운 방법론상의 오류를 피하면서 이론이 가지게 마련인 주관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과의 오류
개별적인 사실들로부터 일반적인 원리나 법칙을 끌어내는 방법을 귀납법(induction)이라 한다. 가정을 설정할 때 이 귀납법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요인을 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모형을 세우는 데 그 많은 요인을 한꺼번에 다 이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인들만 뽑고 나머지는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하다면'의 가정으로 처리한다고 앞에서 설명하였다. 그런데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뽑은 요인들이 실상 중요하지 않을 수가 있다. 이를 유념하여 귀납법을 올바로 활용하도록 경종을 울려 주는 것이 인과의 오류이다. 여러 경제 현상 간의 인과관계를 구명하면서 A라는 현상이 B라는 현상보다 먼저 일어났다는 이유로 A가 B의 원인이라고 논단하기 쉽다. 이를 인과의 오류(post HOC fallacy)라 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배 떨어지는 원인을 까마귀 나는 데에서 찾는다면 이것은 인과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어떤 현상들의 단순한 선후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것이 인과의 오류이다. 경제이론을 구성하면서 이런 인과의 오류를 경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구성의 오류
이미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사실이나 법칙으로부터 다른 구체적인 사실이 내 법칙을 끌어내는 방법을 연역법(deduction)이라 한다. 경제학에서 연역법은 귀납법과 함께 상호보완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연역법에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오류 중 경제학에서 범하기 쉬운 것이 구성의 오류(Gal lacy of composition)이다. 부분에 맞는다고 해서 전체에도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구성의 오류이다.
경기장의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할 때 어느 한 사람이 일어서면 그 사람은 경기를 더 잘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일어서면 각자가 종전보다 경기를 더 잘 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어느 한 산업에서 생산물 가격이 올라가면 그 산업의 기업들은 가격 상승으로 혜택을 본다. 그러나 생산요소까지 포함하여 모든 산업에서 가격이 오르면 모든 산에의 모든 기업이 혜택을 본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부분에 참인 것이 전체에 대하여 참인 것도 많다. 구성의 오류가 말하는 것은 이 명제가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이다.
구성의 오류는 경제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거시경제학을 단순히 미시 경제학의 연장 · 확대로 취급하지 않고 별도로 취급하는 이유도 구성의 오류 때문이다. 각각의 나무(미시경제 현상)에 집착하다 보면 숲 전체(거시경제 현상)를 잘못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이론의 주관성과 진화
앞에서 가치판단이 명시적으로 개재하는 규범 경제학도 객관적인 경제이론이 시사 하 는 정책을 제시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경제이론에는 명시된 가정 이외에도 여러 가지 숨은 가정과 이론가의 주관이 은연중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숨은 가정과 이론가의 주관이 달라 똑같은 경제 현상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 본서에서 배우는 거시경제원론에서 판이한 두 거시경제학파(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가 존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뉴턴의 물리학에 젖어 있는 학자일수록 처음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왔을 때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기가 더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자들도 자기 나름의 이론 틀 속에 갇혀 새로운 이론 틀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새로운 이론 틀의 설명력과 예측력이 계속 우월하면 차차 새로운 이론 틀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경제학은 이러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학문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열린 마음으로 상이한 이론들의 숨은 가정을 음미하며 각 이론이 어떤 내적 일관성(internal consistency)과 외적 적합성(external adequacy)을 가지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내적 일관성이란 이론이 앞뒤 모순이 없이 논리 정연한 것을 말한다. 외적 적합성이란 이론이 현실에 잘 들어맞는 것을 말한다.
경제 현실의 불확실성
100년 전에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는 계산할 수 있는 통계자료와 시간만 충분하면 미래를 현재처럼 명료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와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 라플라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불확실성은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합리성의 기준에도 적용된다. 같은 도박 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불로소득과 요행을 바라는 비합리적인 행위로 보이는 데 반 하여, 일부 사람들에게는 승부 의식과 모험심을 충족시켜 주는 합리적인 행위로 보이는 것이 그 예이다. 1970년대 이래 경제학은 합리성을 폭넓게 정의하고 통계학의 기법으로 불확실성을 수용하여 불확실성 아래의 의사결정에 대한 이론을 크게 발전시켰다. 그러나 이 이론은 매우 어려우므로 원론 수준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는다. 본서에서는 불확실성에 관한 초보적인 접근방법을 소비자의 의사결정 문제 및 경제주체들의 미래 예상과 관련하여 간략하게 소개한다.
경제학 원론은 으레 경제 현실이 확실성의 세계인 것처럼 가정하여 이론을 전개한다. 따라서 경제법칙이 모든 사람, 모든 경우에 정확하게 들어맞을 수 없다.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경제법칙은 다만 평균적으로(on the average) 성립할 뿐이다. 가격이 오를 때 수요량이 감소한다는 수요의 법칙은 모든 사람을 평균해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사과를 아주 좋아해서 사과 가격이 올라도 사과 소비량을 줄이지는 않는다.”면서 수요의 법칙을 부정하려고 한다면 이는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평균적」이라는 뜻으로 경제학에서는 대표적 가계, 대표적 기업 (representative firm)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개별 경제주체들의 행태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로 나타나는 행태에는 흔히 높은 규칙성(regularities)이 있다. 이는 통계학에서 말하는 대수의 법칙(the law of large numbers) 혹은 평균의 법칙(the law of averages)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렇다. 동전을 단 한 번만 던질 때는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동전을 100번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거의 반반씩 나온다.
실험 횟수가 커질수록 평균치에 가까운 결과가 나오는 것을 대수의 법칙이라 한다. 경제법칙은 평균의 법칙이 작용하는 체계적인 행태를 묘사한다.